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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해를 위한 화폐 분석: 화폐가 될 수 있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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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익향 2021. 5. 1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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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Saifedean Ammous의

<The Bitcoin Standard: The Decentralized Alternative to Central Banking>

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I. 물물교환(Barter)과 화폐(Currency)

화폐가 없었던 먼 과거 때는 상대방의 가치(물건)를 얻기 위해 자신의 가치와 교환하는 물물교환 방식이 존재했습니다. 물물교환은 현재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짐으로써,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 특별한 상황에서만 물물교환하게 되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방과 자신의 재화를 끊임없이 교환하면서 이를 전부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욕망 불일치(Desire Discrepancy. 의학용어로 사용됨) 문제입니다.

 

닭으로 물물교환을 하는 모습.

 

욕망 불일치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싶은 물건을 얻기 위해 상대방과 물물교환을 하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우리의 물건을 원하지 않아 교환하려 하지 않는다는 문제입니다. 욕망 불일치는 규모, 시간, 공간의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한 대와 수만 켤레의 양말을 교환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이 규모의 불일치입니다. 쌀과 우유를 교환하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쌀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반면에 우유는 빠르게 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시간의 불일치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있는 집과 대한민국에 있는 집을 교환할 수 없습니다. 집을 들어 올려서 옮길 수는 없으니까요. 이것이 공간의 불일치입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의 욕망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환매개체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단 하나의 교환매개체를 사용함으로써,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 교환매개체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면, 그것이 화폐(Currency)가 되는 것입니다. 화폐는 어디까지나 교환매개체로써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화폐는 소비재나 투자재, 자본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투자 또한 수익을 내서 이를 다른 재화와 교환하는 것으로 화폐와 비슷해 보이지만, 화폐는 수익을 올릴 수 없고,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와 다릅니다.

 

II. 판매 가능성

화폐로써 사용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정확한 정답은 없습니다. 화폐는 어디까지나 교환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환매개체로 사용되는 재화를 전부 화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금, 은, 조개껍질, 소금, 소, 술, 담배 등 다양한 재화가 화폐로써 사용되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화폐에 좋은/나쁜 선택은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선택에 따라 다릅니다.

 

월급(Salary)이라는 단어는 소금(Salt)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다. 실제로 소금을 월급으로 준 사례가 있다.

 

카를 멩거(Carl Menger)의 <On the Origins of Money>에는, 시장에서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화폐로 채택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판매 가능성'이 언급되었습니다. 이는 재화의 가치 손실이 최대한 적으면서, 언제든지 손쉽게 팔 수 있는 성질을 뜻합니다. 즉, 이전에 언급했던 세 가지의 욕망 불일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화 보유자가 재화를 나누거나 합쳐서 원하는 만큼을 팔 수 있어야 하고(규모), 재화를 가지고 다니기 편해야 하고(공간), 재화를 먼 미래에도 사용 가능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시간).

 

위의 세 가지 판매 가능성 중, 주목해 볼 것은 시간에 관한 판매 가능성입니다. 미래에도 재화가 사용될 수 있으려면, 이 재화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기능을 우리는 '가치저장(Store of Value)'이라고 합니다. 재화가 부패, 부식 등으로 인해 가치가 하락해서는 안 됩니다. 물리적 성질로 인한 가치하락뿐만 아니라, 재화의 공급이 크게 늘어 가치가 하락해서도 안됩니다. 실제로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폐는 공급을 제한하는 중앙기관이 있어서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화의 공급이 힘들면 힘들수록 화폐로써 견고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FRB 의장 파월은 비트코인은 아직 가치저장 수단으로 보기 힘들다고 한다.

 

화폐로서의 견고함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두 가지 존재하는데, 바로 저량(Stock)과 유량(Flow)입니다. 저량은 지금까지 공급된 양, 유량은 앞으로 공급될 양입니다. 재화의 저량/유량 비율(Stock to Flow Ratio)이 높다면, 다시 말해 이미 공급된 양이 많고, 향후 공급될 양이 적다면, 이 재화는 화폐로써 견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량 유량 비율이 낮다면, 이 재화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할 때 공급량이 갑자기 늘 수 있음으로, 가치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저량 유량 비율이 높은 재화를 가치저장 수단으로써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이 가치를 저장하기 위해 사려 할 것이고, 이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재화의 생산자에게 활력이 되어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량이 작기 때문에 생산량의 크게 늘지 않아,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저량 유량 비율이 낮은 재화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재화의 생산자가 쉽게 생산할 수 있어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가치를 저장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되어 판매 가능성이 무너지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연화 함정(Easy Money Trap)이라고 표현했습니다)

 

III. 수용 가능성

화폐 조건에는 판매 가능성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이 화폐를 받아들일 가능성인 수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화폐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유동성이 높아 사고파는 과정에서 손실이 적어질 수 있습니다. 수용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높아집니다. 화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여전히 쉽게 교환되는 성질입니다. 사람들은 이 성질을 최대한 만족하는 재화를 선택하여 화폐로써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용 가능성은 알아서 높아질 것입니다. 마치 여러 메시지 전송 수단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교환 매개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물건의 가격을 교환 매개를 기준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가치척도(Unit of Account)'라고 합니다. 가치척도가 없으면 가격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치척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물건을 얻기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물건의 가치 계산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대의 복잡한 경제에서도 쉽게 교환이 가능합니다.


[요약]

 

"화폐로써 사용하기 위해서는 판매 가능성(세 가지의 욕망 불일치를 해결할 가능성)과 수용 가능성(사람들이 화폐로써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화폐의 기능인 교환 매개, 가치저장, 가치척도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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