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Saifedean Ammous의
<The Bitcoin Standard: The Decentralized Alternative to Central Banking>
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내용의 이해를 위해, 이전 글인 <비트코인 이해를 위한 화폐 분석: 화폐가 될 수 있는 조건>
을 읽고 와주시기 바랍니다.
https://choikhyang.tistory.com/14
'라이' 돌은 옛날 야프섬(Yap Island)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용된 화폐입니다. 라이 화폐는 석회암을 도넛 모양의 원반 형태로 깎아 만든 것입니다. 무게는 톤 단위로 나가며, 크기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야프섬에는 석회암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라이를 귀하게 여기며 라이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실제로 라이를 얻기 위해서는 돌을 먼 곳에서 캐와 힘들게 옮겨와야 했습니다. 톤 단위로 나가는 돌이니 옮기는 데 필요한 인력 또한 많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라이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놓았습니다. 라이의 주인은 거래할 때 라이를 옮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모든 사람에게 라이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말만 하면 됐으니까요. 야프섬의 사람들은 돌의 주인을 알고 있어서 돌을 훔쳐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라이의 판매 가능성은 매우 높았습니다. 섬 어디에서나 결제 수단으로써 사용되어 공간적 문제를 해결했고, 라이의 크기는 다양했기 때문에 규모의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라이는 새로 캐오기도 힘들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보존되었습니다. 실제로 야프섬 사람들은 이 라이 화폐를 수 백년 이상 사용해왔습니다. 라이는 사람들이 아무리 가지고 싶더라도 쉽게 공급할 수단이 없었기에 저량 유량 비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라이 화폐는 결국 그 가치가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계의 미국인 선장 오키프는 이 라이 화폐를 보고는 현대 도구들을 가지고 거대한 라이를 수없이 캐가서 야프섬 사람들과 거래를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 사람들은 거절했습니다. 라이를 너무 쉽게 가져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야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죠. 몇몇 사람들은 라이를 얻기 위해 오키프와의 거래를 승낙했고, 결국 라이의 공급이 늘어나 라이는 화폐로써 몰락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기술로 인한 라이의 저량 유량 비율의 감소는 라이의 가치를 크게 떨어트렸습니다. 라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라이는 판매 가능성을 잃게 되었고, 라이는 가치저장 수단이나 교환 매개의 기능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서아프리카에서 몇백 년 동안 사용되었던 아그리(Aggry) 구슬 화폐도 마지막에는 저량 유량 비율의 감소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유리 제작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그리 구슬의 가치는 높았고, 크기가 작으면서 옮기기도 편하여 판매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유리구슬의 제작이 쉬웠기 때문에 유럽 상인들은 유리구슬을 대규모로 서아프리카에 가져왔습니다. 이후 결말은 치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프리카인은 구슬 가치가 감소하게 되어 가난해졌고, 결국 아프리카인의 노예화가 가속, 아그리 구슬은 '노예 구슬'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조개껍질도 많은 나라에서 사용된 화폐입니다. 높은 저량 유량 비율, 높은 판매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해양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공급량이 크게 늘어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조개껍질은 가치척도 기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법정통화였던 조개껍질을 버리고 금화나 은화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수용 가능성이 감소한 것이죠.
https://www.pbs.org/wgbh/nova/article/history-money/
소와 소금은 보통 함께 사용되어온 화폐입니다. 소는 규모의 불일치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소금으로 대체하여 해결하였습니다. 그러나 금속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와 소금보다 편한 금속화폐가 등장하였고, 소와 소금은 화폐로써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견고했던 원시 화폐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화폐의 견고함을 잃게 되어 가치저장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비트코인 이해를 위한 화폐 분석: 화폐가 될 수 있는 조건 (1) | 2021.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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